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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book

달러구트 꿈 백화점 ★★★★☆

by 꿀먹는푸우 2022. 1. 23.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럽고도 기묘한 이야기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은 준비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한밤의 연애지침서]
손님들은 밤마다 꿈을 꾸기 위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찾고, 잠에서 깨면 아침이 되면 가게에 관한 일은 완전히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간밤에 꾼 꿈이 자신의 무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꿈에 자꾸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나오면, 점점 무의식도 그 사람을 향해 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된다.

 

[예지몽 – 미래를 보여 드립니다]
좋은 미래를 본들 그게 진짜라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나태해질 수도 있고, 그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감만 커진다.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다.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다.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할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한다.
예지몽을 꾼 손님들은 미래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데자뷰라고 생각하며 아무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는다. 야구공을 놓친 꼬마가 코앞을 쌩하니 지나간다든가, 다 끓은 홍차를 쳐다보고 있다든가 하는 일상적인 미래도 예지몽이 될 수 있다.

기껏해야 미래의 한 장면밖에 보지 못하는 예지몽일지라도, 이전부터 꾸준히 무언가를 위해 준비해 온 사람은 찰나의 미래를 본 덕분에 다음 한 발자국을 자신 있게 내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트라우마 환불 요청]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 말로 강하다는 증거이다.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꿈이 도와준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그 시절을 견뎌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이 달의 베스트셀러]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은 겉보기에는 마냥 행복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쓸쓸함과허무함이 공존한다. 특히 그 중에서 연말이 가장 쓸쓸한 것은 강아지, 고양이들과 같은 반려 동물일 것이다. 송년회를 겸한 부부동반 모임에 간 중년의 부부,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한 딸과 아들. 작은 미등만 켜져 있는 집 안에는 노견만 홀로 곤히 잠들어 있다.

 

[비틀즈와 벤젠고리]
폴 메카트니와 비틀즈의 자서전에 따르면, 메카트니는 꿈속에서 ‘예스터데이’를 작곡했다고 한다. 깨자마자 후다닥 피아노로 가서는 잊기 전에 그 음들을 연주했다. 메카트니를 사로잡은 걱정은, 다른 누군가의 곡을 들었던 것이 잠재의식에 각인되었다가 다시 떠오른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1달 동안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 노래를 이전에 들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러 다녔어요. 그건 마치 주운 물건을 경찰서에 돌려주는 것과 같았죠. 이렇게 수 주 동안 아무도 자기 거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제 내 것이라 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예스터데이’와 같은 불후의 명곡이 폴 메카트니의 꿈 속에서 완성되었다.
독일의 화학자케쿨레의 벤젠고리 구조론은 유명하다. 케쿨레가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꿈을 꾸면서 벤젠의 구조를 생각해냈다는 일화다. 그간 분자 구조가 직선 형태일 거라는 종래 통념에서 벗어나 고리 모양을 생각해낸 것이다.

영감이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의 차이이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기 때문에 영감이 떠오른 것이리라. 꿈과 꿈은 동음이의어. 영어로도 dreamdream. 꿈에서 꿈을 찾는다.


처음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나의 감정이 이입되는 문구들이 많이 보여서 더욱 인상깊게 남았다.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 특히,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알게된 이미예 작가가 공대생에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것에 놀라웠다. 그래서 벤젠고리 구절이 한번 더 떠오르게 되었고, 공대 출신도 이렇게 글을 멋지게 써 낼 수 있구나하고 놀라움도 느꼈다.